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도로명 주소로 바뀌게 된 계기

도로명 주소로 바뀌게 된 계기

솔직히 말하면, 나는 꽤 오랫동안 지번 주소가 뭐가 문제인지 몰랐다. 어릴 때부터 써오던 거니까. "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123-45번지" 이런 식으로 적으면 됐고, 택배도 왔고, 편지도 갔다. 근데 어느 날 친척 집을 처음 찾아가면서 그게 얼마나 비효율적인 시스템인지 처음으로 몸으로 느꼈다. 주소를 쥐고 골목을 세 바퀴쯤 돌았는데도 못 찾겠는 거다. 번지가 왜 저렇게 배열됐는지 아무리 봐도 감이 안 왔다. 123번지 옆이 124번지가 아니라 87번지였고, 78번지는 아예 다른 동네에 있었다. 그날 이후로 '아, 이게 진짜 문제구나' 싶었다.

지번 주소의 구조 자체가 원래 토지 관리용으로 만들어진 거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. 일제강점기 시절 토지 조사 사업 때 땅에 번호를 붙인 게 시초였는데, 그 번호가 땅이 쪼개지고 합쳐지면서 엉망으로 뒤섞였다. 땅이 분할되면 123-1, 123-2, 123-3 이렇게 가지를 뻗고, 다시 합쳐지면 그 번호들이 사라지기도 했다. 결국 나중엔 번지 번호가 지리적 위치와 아무 상관도 없는 그냥 행정 기록 숫자가 돼버렸다. 그러니까 처음 오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번호만 보고 위치를 유추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던 거다. 소방차가 출동할 때도, 배달원이 물건을 가져올 때도, 외국인 관광객이 숙소를 찾을 때도 이 문제는 반복됐다.

도로명 주소로 전환하자는 논의가 처음 나온 게 1990년대 중반이었다고 한다. 당시 행정 선진화 논의가 활발하던 시기였고, OECD 가입을 준비하면서 행정 시스템 전반을 국제 기준에 맞추려는 흐름이 있었다. 도로명 주소는 사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오래전부터 쓰던 방식이다. 길 이름을 먼저 정하고, 그 길에 붙은 건물에 순서대로 번호를 매기는 것. 홀수는 한쪽, 짝수는 반대쪽. 번호가 커질수록 기준점에서 멀어진다. 이렇게 하면 주소만 봐도 어느 방향, 어느 위치쯤인지 어림잡을 수 있다. 처음 가는 곳도 지도 없이 어느 정도 찾아갈 수 있다는 게 그 핵심이었다. 실제로 시범 사업을 몇 군데서 해봤고, 2007년에 도로명주소법이 제정되면서 본격 추진이 시작됐다.

근데 막상 전국적으로 바꾸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. 수십 년간 써온 주소를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게 행정적으로도, 심리적으로도 엄청난 저항이 있었다. 주민들은 새 주소를 외우기 싫다고 했고, 기업들은 명함이랑 서류 다 다시 바꿔야 한다고 불만이었다. 그래도 정부는 2014년을 전환 기준으로 잡고 그해부터 도로명 주소를 법적 주소로 공식화했다. 지번 주소는 보조 수단으로만 남게 됐다. 10년 넘는 준비 기간이 있었는데도 실제 정착되기까지는 그 후로도 몇 년이 더 걸렸다. 아직도 나이 드신 분들 중에는 지번 주소로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다. 완전히 바꾸는 건 법이 아니라 습관의 문제라는 걸 실감한다.

이 과정에서 파생된 문제가 하나 더 있는데, 바로 주소 정보 자체가 너무 흩어지고 복잡해졌다는 거다. 도로명 주소, 지번 주소, 건물명, 상세주소까지 합치면 한 장소를 표현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가 됐다. 포털 지도에 치면 나오는 주소랑, 공공기관 서류에 기재된 주소랑, 실제 간판에 적힌 주소가 다 다른 경우도 생겼다. 특히 온라인에서 특정 기관이나 업체의 정확한 주소를 찾으려고 하면 사이트마다 정보가 다르거나 오래된 정보가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. 이런 상황에서 주소모음 링크사이트인 주소월드 같은 서비스가 생겨난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. 주소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정리해두고, 최신 정보로 관리하고, 찾기 쉽게 분류해두는 것. 복잡해진 주소 체계 속에서 정보 접근성을 높이려는 실용적인 시도라고 생각한다.

결국 도로명 주소로의 전환은 단순히 주소 체계를 바꾼 게 아니라, 우리가 공간을 인식하고 정보를 찾는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였다. 아직 완전히 안착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, 적어도 처음 가는 곳을 찾는 데 있어서는 예전보다 훨씬 나아진 건 사실이다. 네비게이션도 잘 잡고, 배달도 예전보다 오류가 줄었다. 그 변화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지금 우리가 쓰는 주소 체계가 만들어진 거다. 그리고 그 체계 안에서 정보를 더 쉽게 연결해주는 도구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. 주소 하나 찾는 게 이렇게 복잡한 역사를 품고 있다는 게, 가끔은 새삼 신기하게 느껴진다.